생태도시 꾸리찌바시를 본받자 조혁신기자 mrpen@ 박병석 송림동 성당 주임신부 제3세계의 이름없는 도시지만 브라질 남부 꾸리찌바시에 대한 찬사는 화려하다. 타임지, 뉴스앤월드리포트지 등 유수의 언론매체들은 이 도시를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희망의 도시'라고 평가하였다. 캐나다의 토론토시는 현재 실시중인 도시계획이 모두 이 시를 따라 배워온 것이라고 하였다. 이곳으로 연수를 다녀온 서울시 공무원들의 2004년 해외연수결과 보고서는 이곳을 지하철이 없으면서도 교통난이 없는 도시, 녹지공간이 풍부한 도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도시, 문화유산의 보존정책이 잘 수립되어 있는 도시로 설명하였다. 또한 이 도시가 문화유산보존, 토지이용, 교통, 녹지, 사회기반시설 등에 대한 모든 계획을 도시계획 차원에서 통합 관리함으로써 체계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한 측면에 대해 공무원들은 높이 평가하였다. 또한 이들은 이러한 도시계획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져다주었다고 하였다. 꾸리찌바시가 처음부터 찬사를 받을 만한 입장으로 출발하지는 않았다. 16세기 중엽 포르투갈 식민주의자들이 깃발을 꽂으면서 도시로 출발했으나 1950년대 급속한 인구증가, 환경오염, 교통체증, 문화유적 훼손 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1970년대부터 이 도시의 화려한 변신이 시작됐다. 30여년에 걸쳐 도시 계획가들이 생태적 계획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완전히 다른 모습의 도시를 만들었다. 그들의 도시 만들기는 막연한 희망과 맹목적인 열정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도시계획을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도구의 하나로 활용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철학을 중심목표로 설정했다. 그들은 도시에서 무엇이 구체적 문제로 떠오르는가를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고,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들을 함께 모색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섬세한 촉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도시 전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새로운 도시로의 변화의 중심에는 주민들이 있었다. 주민들의 삶을 중심에 두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재창출했다. 교통계획에 있어서도 자동차보다 주민의 삶을 먼저 고려하는 교통정책을 수립했다. 또한 토지 이용계획과 교통계획을 세울 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보존했다. 다른 도시 같았으면 철거해버렸을 오래된 옛 건물도 이곳에서는 소중한 삶의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였다. 탄약창이었던 곳은 연극공연장으로, 버려진 본드 공장은 창조문화센터로 재활용하였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다른 여타의 조건은 끼워 맞춰졌다. 이 도시의 매력은 생태환경, 인간, 문화와 역사가 평등하게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어 낸 것에 있다. 이곳이 유토피아처럼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꿈꾸기에 충분한 도시이다.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미시적인 현장과 지속가능한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거시적인 관점 사이의 긴장 속에서 사고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도시계획가들의 모습을 통해 전문성과 지식이라는 것의 존재방식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정신적 원천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경이롭기도 하고,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반면 우리 눈앞의 현실은 전문성과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 집단이 도시계획을 추진하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생존권을 위협 받고 있는 주민은 시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우리 시의 의사결정과정이 주민들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편의성으로 무장해서 일을 추진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하는 부도덕성을 낳는다. 중구와 동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 개통을 추진하는 행정당국이 일을 추진하는 데 간과한 것은 주민들의 삶이다. 중구와 동구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의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교통의 원활함만을 추진한 것이다. 누구를 위한 편의성의 추구인가? 이 사업에는 주민이 빠졌다. 꾸리찌바시가 희망의 도시로 태어나는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던 시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보다 나은 도시에 대한 꿈은 언제나 주민들 머릿속에 있습니다." 주민들을 중심에 두고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계획한 꾸리찌바시 도시계획가들을 떠올리며 우리의 보다나은 도시에 대한 꿈을 키워 보면 어떨까?